분류 전체보기39 찻잔 내가 무엇이 되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태종대 산책길에 동백이 피었다 변화하는 환경을 인식해서 수용하고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말한 진화론이다 강하다고 똑똑하다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새로운 환경은 기존의 모든 것을바뀌게 하였다 그리고 잘 적응해 가고있다 부산으로 내려온 후 그렇다느긋해졌고 종종 행복도 느낀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맞는 때가 있다 밝음과 어두움 테두리가 분명해지다가꾸밈새와 지니고 있던 것들을버리고 덜어내는 쌀쌀한 맑은 겨울엔인생의 장식이 걷히면서 내나이쯤이면홑몸이 확연하게 보인다 다만,수줍게 붉으레 피어난 귀퉁이동백꽃 봉오리들 처럼모두 피고지는 순서가 다를 뿐 과거는 누구에게나 추레해질 수도 있고 무시되어 따분해지기도 하고 지겨운 것이.. 2024. 12. 19. Habitus 11월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를 다녀왔다 몇년 전 부터 거의 매년 내려간다 젊었을때 쌓인 마일리지 덕이다 예년보다 하루를 줄였다 스케쥴을 따로 만들지 않지만 가는 곳은 대부분 비슷했었다 프랑스어 아비투스(Habitus)란 단어는 습관을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아이든 어른이든 순간마다의 선택은 지난 삶의 궤적을 압축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본 만큼 배우고 아는 만큼 본다는 말과 비슷하다 하루는 패러글라이딩 하루는 백록담에 올랐다 백록담에 오르고 나니 수십년전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등산로등은 그때에 비하면 아스팔트를 깔아 놓은 듯 하지만 산은 언제고 지금 오르는 산이 가장 힘들다 더구나 지금은 아주 늙어가고 있었다늙다는 동사이다늙어가고 있는... 어쩔수가 없다 고교때 제주도에 무전여행을.. 2024. 11. 21. Yellow 어쨋거나 가을은 깊어졌다바람이 지날 때마다 낙엽은 떨어져 나뒹글고 내가 잠시 멍하게 서있는 동안에는외로움이 집을 비운 것 처럼 고요와 평화가 나를 지키고 있다난, 화색(和色)이 돈다저 바싹 마른 나뭇잎 처럼 붉으스레 하게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그걸 오래 바라보면 어쩌다 다쳤는지만 떠오른다 라고 한다 어차피 우리의 과거는 우리가 떠난 곳에 남아 있지 않을테니 말이다 누구나 그러고 싶진 않겠지만 평생 지팡이를 안짚을 수는 없을게다오래도록 살게 된다면 말이다체육관 런닝머신에서 내려다 보이는바다를 보면서아,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란 생각도 했다 안쓰던 근육을 쓰려고 오버헤드 프레스를 했다목적한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불어 가동되는 근육들의 힘을 적절히 빼야 하듯이 빼야할 것은 빼버려야 한다 내가 어쩔.. 2024. 11. 7. 이제야 알아가네 10월은 아주 바쁘게 보냈다 고요한 숲속을 헐떡대는 나의 숨소리로 새벽숲을 깨웠다 지리산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을 그리고 단풍을 보러 주왕산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고헌산 천황산 재약산 그리고 가지산 운문산 영남 알프스를 완등했다향수가게에 들어가면 향수를 사지 않아도 여러가지 향이 몸에 밴다 산에 오르는 내내 한번도 앞선 등산객을 추월해 본적이 없다비켜서서 먼저 보냈다 갑자기 비가 내리릴때에도판초를 쓰고 그냥 묵묵히 올랐다 젊었을때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아, 그러면서 나는 나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간다헐떡대는 나를 기다렸고 나를 다독이기도 했다 노력이라는 것도 센 강도(強度)가 아니라지속이다 라는 것을 실감한다 2024. 11. 1. Sound of Silence 프로이트가 말하길 정신 치료라는 것은 비극을 행복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불행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했다 엊그제는 계획대로 영남알프스의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을 탔다 심박수가 217까지 가는 정도의 경사도 있었고 천미터가 넘는 평원을 한가로히 명상하듯 걷기도 하였다 그런탓에 21키로를 9시간이나 걸렸다 오기를 잘했다고 몇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행복이 희귀하다고 믿으면 작은 행복도 깊이 감사할 수 있다 사람이 없는 천미터가 넘는능선에서 하늘을 나는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숲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 있었다니... 이처럼 행복은 나른하고 모호하다 살아보니 종종 꽉 막힌 구간을 만날때가 있었다 새벽산행은 어둡다 스마트워치에 의지해서 길을 찾지만 갈림길이 나올때 마다 또는 길인지 계곡인지 헛갈리기도 하고.. 2024. 10. 13. 샹들리에 1.공광규 시인의 얼굴반찬이란 시를 보면"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다" 라고 썼더라 지난주엔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 그리고 반야봉을 올랐다 8시간10분이 걸렸다 구례의 작은식당에서 국밥을 먹었다 먹다가 문득 옛날을 생각하길 서울에서 몇시간을 달려 친구를 만나면 아주 간단하게 이런식으로 먹었다 엄청나게 푸대접한다고 섭섭하게 혹은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일이다아니면 나를 무시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시간적 여유도 없었고사실 나에게도 생소한 음식들이었다 눈에 보이니 들어간 음식점들이다그런데 난, 맛이 있었다 좋은사람과 함께 나누니 그러했고그렇게 난, 익숙해져갔다 뇌과학에서는 미각뿐 아니라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라는 뇌를 자극하지 못하면 그무엇을 먹어도 맛도 없고.. 2024. 10. 7. Baby, I see this world has made you sad 자동차 튜닝에 빠졌던 적이 있다 10마력 당 최소 100만원이 필요했고 20마력을 올리면 거기에 따른 튜닝 예를 들면 브레이크 부터 휠, 타이어 하체 로워링에 수백만원이 든다 유지비용도 꾀 많이 든다 고급휘발유 세팅을 해야 효과가 확실하게 체감 되므로 고급유를 써야하고 따라서 냉각효율이 좋은 엔진오일이며 라디에터 냉각수도 급이 달라져야 하고 미션쿨러도 달아야 했다 이미 20년전에 시속 300키로를 넘겨 보기도하였다 광주톨게이트에서 동서울을 1시간 30분 내외에 주파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옛날 자동차 동호회를 가봤다 당시 푸릇했던 나나 친구들의 튜닝 글들이 그대로 있었다 커스톰으로 내가 설계해서 제작한 세상 유일무이한 배기사진이 그대로 있었다 중저음으로 초반엔 약간 랙이 생겼으나 .. 2024. 8. 30. Beautiful things 어제는 5년은 쳐박아 두었던 DSLR 과 제법 많은 렌즈와 필터등등을 만지작 거리다 남포동에 가서 4년만에 폰을 바꿨다 제법 묵직하지만 좋다 최근 폰의 사양을 보니 DSLR 못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NEEWER케이지며 어안렌즈를 비롯해 렌즈 3개 그리고 필터 등등 악세서리들을 주문했다 과거를 돌이킬 때 느끼는 감정을 회한이라고 한다 태종대에 걸쳐져 있는 짙은 운무를 바라보며 그나마 옅은 운무속 나를 본다 희미하지만 마음을 무겁게 적신다매우 침습적이다 회한과 후회는 비슷하지만 독특하다 회한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이고 후회는 해본 것에 대한 후회이다 다만 후회는 회한으로 가지 못하므로 가볍고 짧다 회한은 길지만 그냥 지금이라도 일단 시도를 하면 된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 2024. 8. 5. 日常茶飯事 1. 서울에서 결혼식이 있어 입을 와이셔츠를 아울렛에서 한장 샀다 취향대로 연한 체크블루다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드레스룸 옷장 서랍을 열었더니 포장을 뜯지도 않은 와이셔츠가 여덟장이 나왔다 게중엔 똑같은 컬러에 디자인에 질만 다소 뻣뻣한 다른 것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그러면서 중얼거리길 아직 내삶은 안전하구나 다 2. 책을 사 본지가 족히 8개월은 지났다 하기사 양으로 책을 살 나이는 아니다 생각나면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꺼내어 기억을 더듬으며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넘기며 다시 읽는다 나이를 먹어가니 책 읽기보다 훨씬 좋은 건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켜도 선택장애로 뭘골라야 할지 당황한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골라서 넷플.. 2024. 7. 7.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