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9 Always Remember 사진은 부산에 내려오면서 과수원에 들러 놀부 무덤 옆에 놓고 왔던 보잘것 없는 흔한 화분이다 추억 기억 등등으로 죽어가던 것을 버리지 못한 것이었다 열달 사이 우측 모양으로 바뀌었다 날 기억하길 성격은 지랄이지만 정이 많고 그저 뒷끝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면 좋겠다 그렇게 아스라한 가지 하나가 저렇게 풍성해졌다 누구나 자기에게 좋은 게 뭔지 잘 모른다 이렇게 바람이 많은 곳인 줄 몰랐다바닷바람은 늘 미쳐있다아, 미쳐도 좋다새벽 미친 바닷바람을 안고 조용히 혼자 미쳐서 걷고 있음이 좋다그러기에 날마다 새롭다 미친 바람과미친 사랑을 오래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저곳이 아닌 내가 있는 바로 이 곳이 늘 새롭게 금연 열흘째다 2024. 6. 6. Emotional empathy 부산에 내려온 후 나는 이미 걸어온 길을 후회 하거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지 않는다 8개월이 지나가니 바닷가 공원을 거닐때에도 간혹 떠오르는 잡념도 나를 가리지 못한다 어찌살든 결국 삶이란 것은 선택에 관한 거다 선택이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오롯이 내가 감당해내야 하는 것 오래전 노트를 폈다 나는 가지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았었구나 2024. 3. 26. 설날 뺄셈 꿈속에서 나보다도 젊어 보이는 아버지를 만났다 내년에는 진실로 나보다 젊으실 것이다 이런 꿈에서 깨고 나면 내 기분은 뭔가 헤아리기 어렵다 해 질 녘 페르시아의 한 철학자가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인이 달려와 겁에 질린 새파란 얼굴로 ‘죽음의 신’을 보았다며 벌벌 떨었다 하인은 철학자에게 말[馬]을 빌려달라고 애원했다. 테헤란으로 도망치겠다는 거였다 말에 올라탄 하인은 내려앉는 어둠 속으로 테헤란을 향해 쏜살같이 사라졌다 산책을 중단한 철학자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 죽음의 신이 서 있었다 철학자가 죽음의 신에게 물었다 “왜 내 하인에게 공포를 주었나?” 죽음의 신이 대답했다 “아냐~!! 오늘 밤 그를 테헤란에서 만나 저승으로 데려갈 계획인데, 그가 아직도 여기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놀.. 2024. 2. 12. When I need you 누가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태종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이 그렇고 잠이 오지 않아 심야에 차를 몰고 가서 본 광안대교 모습이 그렇다 다만 다르다면 하나는 유행처럼 만들어진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의 인공물이고 하나는 그냥 서 있기만 하여도 좋다 새해다 어김없이 올해도 나이를 먹었다 머릿속으로는 그리고 가슴속에선 청년인데 노년이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든다 하지만 인류는 대부분 점점 젊게 오래 산다 벌써 1월 마지막주다 나는 아버지세대 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멀리 귀퉁이 반짝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엊저녁 먹은 설겆이를 하다가 자주 중얼 거리는 말이 또 나온다 무엇이든 빛이 날때가 있지 언제라고 늘 빛이 날까 열정이 그러했었고 사랑도 그러했다 세상의 많은 것을 보고싶다 햇살이 눈부신 오늘 .. 2024. 1. 28. Auld Lang Syne "내가 했던 일을 기쁘게 돌아보는 것은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쇼팬하우어가 70세 생일날 받은 축하 편지를 보며 한 말이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삶의 기술이라고 했다 관심이 없는 척 했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다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성공을 갈망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가끔은 쓸쓸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날 수 있었지만 그랬다 행복한 사람이란 남을 신경 쓰지 않고 호감 가는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자존감 높은 삶을 살라는 것이리라 "우리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긴다"라고 쇼팬하우어는 말했다 그러고 보면 난,.. 2023. 12. 30. as tear go by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내 앞을 날아간다 방랑도 젊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있다 저 잎은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만 가서 숲이나 시궁창에서 간신히 멈춘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헤르만 헤세'의 '날아가는 낙엽'이란 詩다 11월 이고 1일이다 그 핑계에 새벽에 출발해 간월재를 다녀왔다 평일이어서 일찍 서두른 덕에 한가하게 산책하듯 다녀왔다 윗 詩의 마지막 귀절에서 새삼스레 슬픔이 몰려왔다 간단명료한 저 詩가 그랬다 달콤하였으나 종말이 있었고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간신히 서있는 듯한 내가 보였다 심각해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물결 같은 억새밭을 걸으면서 나도 흩날리 듯 여기까지 왔구나 했다 경험이 쌓였다고 해서 누구나 지혜로워 지지는 않는다 그저 잎이 떨어진.. 2023. 11. 2. 가을, 쓸쓸한 풍경속으로 가고프다 아니 간 듯 다녀오고 싶다 연락이 끊겼다고 해도 나를 떠나갔다고 생각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언제 만나도 그냥 내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될 것 같은 사람 가을이다 가로수를 건드리는 바람소리 속에서 생각나 멈춰지는 마음 떨어지는 나뭇잎 새로운 가을이다 바다색이 낙엽만큼 짙어졌다 느닷없는 가을전화 좋은 일은 나 혼자 알 뿐... 쓸쓸한 이 가을 그렇게 아니 온 듯 다녀 갔으면 좋겠다 2023. 10. 15. 멀리도 왔네 이곳에 있으면 저곳에 가고 싶다 설악산 단풍이 생각났다 이곳에선 정말 먼 곳이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 멍하게 담배를 빠는 동안 잡념은 옅어지고 오가는 차들이며 멀리 귀퉁이에 조금 보이는 짙은 회색 빛깔의 수평선을 보는 동안 시간은 무척 느리다 남들은 인내도 별로고 매우 충동적인 내게 어른이라는 시간을 말한다 난, 아직 어른이 아님에도 말이다 찬 바람이기에 창문들을 모두 닫았다 창문 하나 뻬꼼히 열어 놨으나 위잉 하는 바람소리에 마저 닫았다 그저 조금은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빈자리가 조금은 그리운 곁에 있으면 좋지만 곁에 있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그저 빈자리가 조금은 그리운 사람이고 싶다 지도를 펴 보면 정말 멀리도 왔다 설악산은 정말 멀리에 있었다 2023. 10. 9. 숨을 쉬러 나갔다 너무나 좋은 이곳이 쓸쓸해지려 한다 숨을 쉬러 나갔다 너무나 좋은 이곳이 쓸쓸해지려 한다 긴 연휴로 집앞 태종대로 가는 길엔 제법 차들이 많다 문득 세상에는 짝사랑이 아닌 관계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떠한 것이든 딱 반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기에 네가 섭섭한 것은 네가 날 더 좋아한 까닭이고 내가 섭섭한 원인은 내가 너를 더 좋아한 까닭인 탓이다 6차선8차선 도로가 텅텅비는 이맘때 서울의 도로와는 다르다 집밖을 나가도 길 마다 골목 마다 바닷가도 노는 아이들과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숨을 쉬러 나갔다 너무나 좋은 이곳이 쓸쓸해지려 한다 어렸을 때 하던 짝사랑을 연습하며 살아야지 짝사랑할 땐 어렵게 섭섭하다고 말을 떼면 상대는 더 멀리 가는 것 처럼 이곳이 그렇게 보일 것 같아 나가기 싫은 날도 바다를 보러 나간다 너무나 좋은 이곳이 쓸쓸해.. 2023. 10. 2.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