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내 앞을 날아간다
방랑도 젊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있다
저 잎은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만 가서
숲이나 시궁창에서 간신히 멈춘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헤르만 헤세'의 '날아가는 낙엽'이란 詩다
11월 이고 1일이다
그 핑계에 새벽에 출발해
간월재를 다녀왔다
평일이어서 일찍 서두른 덕에 한가하게
산책하듯 다녀왔다

윗 詩의 마지막 귀절에서
새삼스레 슬픔이 몰려왔다
간단명료한 저 詩가
그랬다
달콤하였으나 종말이 있었고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간신히 서있는 듯한 내가 보였다
심각해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물결 같은 억새밭을 걸으면서
나도 흩날리 듯 여기까지 왔구나 했다
경험이 쌓였다고 해서
누구나 지혜로워 지지는 않는다
그저 잎이 떨어진 알몸 그대로
바람에 흩날리 듯 약해졌지만
뿌리 깊은 억새풀 처럼
그다지 누추하지 않기만을
다짐하고 바래 보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스쳐가는
나의 풍경들은
그저 슬로우 비디오 같았다
저 노래의 가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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