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58 벚꽃이 피었다 오전에도 안보이던 벚꽃이 오후 2시가 넘어 운동을 하고 들어와 운동복을 세탁기에 넣고 커피를 들고 창밖 해수천가를 보노라니 피어있다 벚꽃을 보며 문득 여러생각이 떠오른다 죽기전 혹은 마지막일 것 같은 일들에서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다르면 보지 못한 길을 가지는 않을게다 추억 속 그 길을 다시 걷고 싶고 알던 이들을 한 번 더 보고플게다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느끼던 찡했던 아련함이 가끔 코끝을 찡하게 한다인간은 순간을 살아내는 능력이 생존의 원동력이고 의지하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아득하지만 의미 있던 과거일 것이다 결국 삶을 이끄는 것은 기억이라는 뜻이다 그러기에 어렵게 겨울을 이겨내고 이맘때의 기억으로 꽃을 피운 벚꽃 처럼 기억들이 새로워 진다 함께 충만했던 길이며 같이 맛 보았던 행복모.. 2025. 3. 28. mama said - metallica 뭔가 하다 보면 지루하고 괴로운 순간과 마주치기도 하고그렇다고 중간에 멈출수는 없는지라 어떻게든 끝내고 보니 나름의 건진 것도 있었다 이번 홍콩여행이 그랬다 좋은 책이든 좀 부족한 책이든 다 읽고 나면 느껴지는 그 나름의 만족감 처럼 말이다 별것 아닌 삶이라도 열심히 다 살고 나면 모종의 만족감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루한 여행을 끝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착각이라고 해도 한 권의 두꺼운 책을 독파했을 때처럼 말이다 30년은 되었겠다 홍콩 센트럴에서 비싼 라도시계를 하나 샀었는데소공동에 光내려고 갔더니 짝퉁이라고 했다 시장에 간김에 일부러 짝뚱만 노리며 걷다가 건졌다몇년전에 큰맘 먹고 50만원 가까이 주고 신었던 걸 보았다오른쪽 사진의 Yeezy 시리즈 런닝화다 그 시장을 나오면서귀퉁이에 있는 .. 2025. 3. 14. 난닝구 1. 모크넥 또는 터틀넥골프를 쳐본지 20년이 훨씬 넘는다 피닉스에서 근무하던 1993년쯤 부터주말이면 한 10년쯤 건성건성 쳤던 것 같다 뭔가 지루하다거나 잘나가다 김이 새면 무엇이든 거의 손절수준으로 흥미를 잃는다그리곤 머슬카에 나중엔 제로백에 미쳐서 자동차 튜닝에 한 15년 빠졌었던 것 같다50이 넘으면서 그만 뒀다 당시 갑자기 모크넥이란 것이 유행했다 타이거 우즈가 입고 나타나면서 부터다 아마도 나이키가 골프를 대중적 스포츠로 만들어 낸 시점과 거의 같으다 기능성 소재의 시작이었다 Mock는 뜻 그대로 우아한 터틀넥을 모방한 것이다 목이 짧고 굵은 사람은 터틀넥을 입을 수가 없다그런 나에겐 너무 좋았다넥타이가 사라진 자리를 가려 주었다내가 좋아라 하는 블루종점퍼에도 어울리게활동성이 좋은 장점까.. 2025. 2. 5. 2025 1월1일 일출시간에 맞추어 태종대에 걸어가 일출을 보았습니다 사진 몇장 찍고 그곳에서 주는 믹스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기사식당에서 떡국 한그릇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해가 바뀌었습니다 휴대폰의 연락처들을 주루룩 올려 보았습니다 어떠한 인연에도 생로병사가 있습니다 모두 안녕하신가 몇몇 전화번호를 지우기도 하면서 심리적 공간을 키우려 노력중입니다 의식적으로 비워야 소중한 것들이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전 처음으로 탁상용달력을 2개 샀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새해 목표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던대로 게으름 피우지 말고 잘 살자입니다 앙상한 나무들이 양옆으로 죽 늘어 서있는 집앞 해수천길을 걸었습니다 모두가 건조한 같은 색으로 어떤 나무인지 가늠키가 어렵습니다 봄이.. 2025. 1. 23. 찻잔 내가 무엇이 되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태종대 산책길에 동백이 피었다 변화하는 환경을 인식해서 수용하고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말한 진화론이다 강하다고 똑똑하다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새로운 환경은 기존의 모든 것을바뀌게 하였다 그리고 잘 적응해 가고있다 부산으로 내려온 후 그렇다느긋해졌고 종종 행복도 느낀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맞는 때가 있다 밝음과 어두움 테두리가 분명해지다가꾸밈새와 지니고 있던 것들을버리고 덜어내는 쌀쌀한 맑은 겨울엔인생의 장식이 걷히면서 내나이쯤이면홑몸이 확연하게 보인다 다만,수줍게 붉으레 피어난 귀퉁이동백꽃 봉오리들 처럼모두 피고지는 순서가 다를 뿐 과거는 누구에게나 추레해질 수도 있고 무시되어 따분해지기도 하고 지겨운 것이.. 2024. 12. 19. Habitus 11월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를 다녀왔다 몇년 전 부터 거의 매년 내려간다 젊었을때 쌓인 마일리지 덕이다 예년보다 하루를 줄였다 스케쥴을 따로 만들지 않지만 가는 곳은 대부분 비슷했었다 프랑스어 아비투스(Habitus)란 단어는 습관을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아이든 어른이든 순간마다의 선택은 지난 삶의 궤적을 압축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본 만큼 배우고 아는 만큼 본다는 말과 비슷하다 하루는 패러글라이딩 하루는 백록담에 올랐다 백록담에 오르고 나니 수십년전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등산로등은 그때에 비하면 아스팔트를 깔아 놓은 듯 하지만 산은 언제고 지금 오르는 산이 가장 힘들다 더구나 지금은 아주 늙어가고 있었다늙다는 동사이다늙어가고 있는... 어쩔수가 없다 고교때 제주도에 무전여행을.. 2024. 11. 21. Yellow 어쨋거나 가을은 깊어졌다바람이 지날 때마다 낙엽은 떨어져 나뒹글고 내가 잠시 멍하게 서있는 동안에는외로움이 집을 비운 것 처럼 고요와 평화가 나를 지키고 있다난, 화색(和色)이 돈다저 바싹 마른 나뭇잎 처럼 붉으스레 하게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그걸 오래 바라보면 어쩌다 다쳤는지만 떠오른다 라고 한다 어차피 우리의 과거는 우리가 떠난 곳에 남아 있지 않을테니 말이다 누구나 그러고 싶진 않겠지만 평생 지팡이를 안짚을 수는 없을게다오래도록 살게 된다면 말이다체육관 런닝머신에서 내려다 보이는바다를 보면서아,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란 생각도 했다 안쓰던 근육을 쓰려고 오버헤드 프레스를 했다목적한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불어 가동되는 근육들의 힘을 적절히 빼야 하듯이 빼야할 것은 빼버려야 한다 내가 어쩔.. 2024. 11. 7. 이제야 알아가네 10월은 아주 바쁘게 보냈다 고요한 숲속을 헐떡대는 나의 숨소리로 새벽숲을 깨웠다 지리산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을 그리고 단풍을 보러 주왕산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고헌산 천황산 재약산 그리고 가지산 운문산 영남 알프스를 완등했다향수가게에 들어가면 향수를 사지 않아도 여러가지 향이 몸에 밴다 산에 오르는 내내 한번도 앞선 등산객을 추월해 본적이 없다비켜서서 먼저 보냈다 갑자기 비가 내리릴때에도판초를 쓰고 그냥 묵묵히 올랐다 젊었을때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아, 그러면서 나는 나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간다헐떡대는 나를 기다렸고 나를 다독이기도 했다 노력이라는 것도 센 강도(強度)가 아니라지속이다 라는 것을 실감한다 2024. 11. 1. Sound of Silence 프로이트가 말하길 정신 치료라는 것은 비극을 행복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불행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했다 엊그제는 계획대로 영남알프스의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을 탔다 심박수가 217까지 가는 정도의 경사도 있었고 천미터가 넘는 평원을 한가로히 명상하듯 걷기도 하였다 그런탓에 21키로를 9시간이나 걸렸다 오기를 잘했다고 몇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행복이 희귀하다고 믿으면 작은 행복도 깊이 감사할 수 있다 사람이 없는 천미터가 넘는능선에서 하늘을 나는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숲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 있었다니... 이처럼 행복은 나른하고 모호하다 살아보니 종종 꽉 막힌 구간을 만날때가 있었다 새벽산행은 어둡다 스마트워치에 의지해서 길을 찾지만 갈림길이 나올때 마다 또는 길인지 계곡인지 헛갈리기도 하고.. 2024. 10. 13. 이전 1 2 3 4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