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이 되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태종대 산책길에 동백이 피었다
변화하는 환경을 인식해서
수용하고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말한 진화론이다
강하다고 똑똑하다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새로운 환경은 기존의 모든 것을
바뀌게 하였다 그리고 잘 적응해 가고있다
부산으로 내려온 후 그렇다
느긋해졌고
종종 행복도 느낀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맞는 때가 있다

밝음과 어두움 테두리가 분명해지다가
꾸밈새와 지니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덜어내는 쌀쌀한 맑은 겨울엔
인생의 장식이 걷히면서
내나이쯤이면
홑몸이 확연하게 보인다
다만,
수줍게 붉으레 피어난 귀퉁이
동백꽃 봉오리들 처럼
모두 피고지는 순서가 다를 뿐
과거는 누구에게나 추레해질 수도 있고

무시되어 따분해지기도 하고
지겨운 것이 되어 잊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젠, 슬픈척하지 아니 하여도
너나 나나 살포시 손을 가리고
동백꽃잎 처럼 피식 웃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