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를 다녀왔다 몇년 전 부터 거의 매년 내려간다
젊었을때 쌓인 마일리지 덕이다
예년보다 하루를 줄였다

스케쥴을 따로 만들지 않지만 가는 곳은
대부분 비슷했었다
프랑스어 아비투스(Habitus)란 단어는
습관을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아이든 어른이든 순간마다의 선택은
지난 삶의 궤적을 압축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본 만큼 배우고
아는 만큼 본다는 말과 비슷하다
하루는 패러글라이딩 하루는 백록담에 올랐다
백록담에 오르고 나니 수십년전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등산로등은 그때에 비하면
아스팔트를 깔아 놓은 듯 하지만
산은 언제고 지금 오르는 산이 가장 힘들다
더구나 지금은 아주 늙어가고 있었다
늙다는 동사이다
늙어가고 있는... 어쩔수가 없다

고교때 제주도에 무전여행을 간다는 대학생인
형같은 삼촌을 졸라서 삼촌 친구와 같이
셋이서 호남선을 타고 목포에 가서
태풍으로 발이 묶여 2박을 목포항에서 하고
9시간정도 배를 타고 제주항에 내려 관음정 근처
어느집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잤었다
그리고 어승생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그땐 등산만 하고 배타고 제주도를 나왔다
한적한 용두암 기억은 있다

재수가 좋아 3일간 날씨도 좋았다
구부정해지려는 마음을 펴는 듯 했다
어쨋거나 가을이 되면
가을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봄이 오면 봄이 가장 좋다고
여름이 오면 여름을 최고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줏대 없다고 하려나?
그래도 가을은 너무 좋다

세상이 경이로움은 내게 달린 것이리라
아니 세상을 품에 안으니 경이롭다
고집스레 기쁨을 찾아야
삶이 충만해진다
그냥 가을이 되자

젊다는 내게도 누구에게도 형용할 수 있는 말이다
늙어가고 있지만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