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이란 참 희한해서
친구나 가족의 성공에 기뻐하는 것이
큰 슬픔에 함께 우는 것보다 언제나 더 어렵다
사실 가까운 사람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능력은
실제 자신의 자존감과 직결돼 있기 때문일게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나에 대한 믿음 없이 타인의 성공에
마음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추석이다
2.
통이 틀 무렵 눈을 뜨고 누운채
물끄러미 창밖을 보았다
무서웠다 길게 드리워진
검은 구름과 붉으레한 빛
인간의 팔자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3.
지난 22일 그리고 25일 당일치기로
서울을 왕복했다 요즘 내비게이션은 교통흐름에 따라
가르쳐주는 경로가 매번 다르다
올라가는 길에 금산에 들러
인삼 서너채를 사서 포장하고 갔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지인들에게 하는
소소한 추석선물이란게 그렇다
남모를 귀여움 때문에
화가 나려다 말거나 화가 덜 나기도 한다
관계가 늙어갈수록
섹시해지는 것은 어렵지만
서로 귀여워질 수는 있다
4.
뭔가를 본다면 웃는지점이
분노하는 지점이 서로 같아야 한다
그것은 취향이 같고 뭔가 세계관이 같다는 것이리라
예쁜게 다는 아니다
어린왕자를 쓴 쌩떽쥐베리 의 말처럼
사랑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다
5.
심리학자들은
아기는 웃는 엄마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찡그린 이모를 통해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추석 때 만큼 가족
본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받는 때도 없다
슬기롭게 잘 버텨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는 나도 모른다
타인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나는 아기처럼 느끼겠지만
평정심이 극도로 발동되어야 할 때다
설득하려 하지 말자
6.
어제는 버스를 타고 자갈치시장과
남포동엘 갔다
몇종류의 어묵과 대형갈치 고등어 참돔을 샀다
노상 갈치파는 아주머니는 네번째
오셨다라고 횟수까지 말하면서 반겨준다
옆에 앉아계신 고등어 아주머니도
그러시냐고 맞장구를 치시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고등어와 참돔까지 사게 되었다
가르쳐 준대로 2시간후 씻고 진공시켜
냉동실에 넣었다
아, 그리고 검정색 비니를 하나 샀다
레옹이 썼던 그 디자인으로...
가끔은 충동적인 것이
한 일주일은 쓸 도파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