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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설날 뺄셈

by kjoon41 2024. 2. 12.

 

 

 

 

꿈속에서 

나보다도 젊어 보이는 아버지를 만났다
내년에는 진실로 나보다 젊으실 것이다
이런 꿈에서 깨고 나면
내 기분은 뭔가 헤아리기 어렵다

해 질 녘 페르시아의 한 철학자가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인이 달려와 겁에 질린 새파란 얼굴로
 ‘죽음의 신’을 보았다며 벌벌 떨었다 
하인은 철학자에게 말[馬]을 빌려달라고 애원했다. 
테헤란으로 도망치겠다는 거였다
말에 올라탄 하인은 내려앉는 어둠 속으로 
테헤란을 향해 쏜살같이 사라졌다
산책을 중단한 철학자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 죽음의 신이 서 있었다
철학자가 죽음의 신에게 물었다
“왜 내 하인에게 공포를 주었나?” 죽음의 신이 대답했다
“아냐~!! 오늘 밤 그를 테헤란에서 만나 
저승으로 데려갈 계획인데, 
그가 아직도 여기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놀랐을 뿐이다.”

 

 

   뺄셈
   덧셈은 끝났다
   밥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 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진을 들추어보는 것은
   품위 없는 짓

   찾았다가 잃어버리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녁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  < 뺄셈- 김광규(金光圭 1941∼) >

설날 바닷가를 걸으면서
내 지난 삶을 고백할 수 없음이 

기쁘다

 

그리운 모든 것이 
10년전 것이었다면 
나를 기억하는 그리움의 기억도
10년전 내모습일 것이다


그저 하나씩 하나씩

빼내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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