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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rimson & more

by kjoon41 2023. 6. 29.

 

1.몇일 전

비바람이 거칠고 세다
앞동의 아파트가 
거의 안보일 만큼 안개가 짙다
부산에 내려온지 16일째다
일주일은 더 머물러야 한다

열흘이 넘게 걷는
둘레길을 걷는다
작은 체육관에도 간다
아미산길가에서 수국을 발견하기도 하고
영글지 않은 산딸기를 만나고 
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꽃을 검색하기도 한다
화분에서만 보았던 
내 키보다도 큰 치자나무였다
그리고 가끔은 광고 현수막에서
아름다운 글귀 하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날들은 점점
잔잔한 호수와 같아져 간다
작은 파문에도 민감해질 것이고
많은 것이 들릴 것이다

무겁고 고루한 느낌의 
규칙적이다란 말을 빼면
반복이라는 것은 
삶의 풍요일수도 있겠다
그것 또한 리듬일테니까

 

 

2.오늘

장마철 부산의 날씨는 
특히 바다와 가까운 곳은 별로다
시시때때로 걸쳐지는 운무가 
천식이 있는 나를 힘들게 한다

살아가는데 정답이 있겠는가

아량이 있게
나이를 먹어가면 좋겠지만
수시로 짜증이 난다
한참 마음을 수습한 후에
내탓임을 인정한다

감수하기로한 삶에 그저
의연하고 당당하게 
다른 것을 버린 만큼 여유있게
더 자유로워지자

여유가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다정할 수 없다
지금의 짜증도
또 한달쯤 지나면 가라 앉으리라
모두 내탓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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